오늘은 쉬어 갈 겸 내 어릴적 추억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한다.
나의 고향은 땅끝이라는 해남에서 배를 타고 가야하는 남쪽나라 끝 섬마을이다.
가끔 날이 좋은날에는 제주도가 보인다는 어르신들 말씀에 열심히 바다 너머 한라산을 찿고는 했다...
내가 태어난 곳은 국립해상공원이기도 하다.
나라에서 인정해주는 나의 고향이 왠지 자랑스러웠다.
양반 벼슬 마냥 맘에 흡족하다...
정말 아름다운 곳에서 태어난 것도 지금 돌아보면 축복인 듯 싶다.
그 많은 추억 보따리를 한아름 챙겼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가끔 도시에 나와서
"촌년이 출세했네~~"
말인지, 방구인지는 모르는 말을 자주 들었다.
조금은 껄쩍지근 하지만 사실이니 쿨하게 인정하시겟다...
"그래~나 촌년이야~~우짤래?"ㅎㅎㅎ
하지만 내가 출세했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되려 그 반대인 듯 하다.
도시로 나온 나는 사람의 모양을 한 다람쥐가 됬으니 말이다...히힛~~
되돌아 보면 따스한 봄날 같았던 나의 어린시절...
나이 50인 지금은 왠지 가을을 닮은 느낌이 든다...
그닥 재미나지도 신나는 것도 없으니 말이다.
즐거워지기 위해, 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루하루 노력하는 나를 본다.
그때는 그저 신나고 즐겁고 재미있었는데... 그립다...그날들이...
순수하던 나의 어린 날들이...
봄을 알리는 분홍 진달래를 시작으로 노오란 민들레가 만발하고 아지랑이가 살랑살랑 춤을 추면, 어린 나는 가방을 메고 왕복 8km가 넘는 길을 걸어 학교를 다녔었다.
그토록 멀었던 길이 지금은 가까워지고 커다란 나의 모교도 작은 학교가 되었다.
운동장을 꽉 채웠던 아이들도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어린아이는 추억 속에 있고, 남은 나는 어른이 되었구나...
수업 시간에 멍 때리며 창밖을 보는 아이, 햇살을 너무나 좋아했던 아이는 지금도 햇살이 좋은 날이면 행복감이 찿아온다.
여름은 제일 신나는 계절이다.
나의 집은 바닷가 바로 앞이였던지라, 방학때면 시커먼스가 되었다.
지금은 햇빛에 다육이를 달달 굽듯이 그때는 나를 앞뒤로 달달 구웠다.ㅎㅎㅎ
모래 이불을 덮고 대자로 누워 하늘의 해와 맞짱을 떳다...
썰물때 파도가 저 만치 도망가는 날에는 친구들과
모래사장에 앉아서 바닥을 긁어대면 모래 고동이 끝도 없이 나왔다.
해감을 잘 못해서 삶으면 모래맛이다.
퉤퉤퉤~~
바닷물속에 들어가 맨발로 바닥을 비벼대면 매끌매끌한 감촉이 느껴진다.
새조개다.
열심히 비벼서 많이 잡아오면 엄마가 맛나게 끓여주신다.
"국물이 끝내준다...캬아~~"
여름내내 소꼽 친구들과 바닷가와 저수지를 오가노라면 방학이 다 갔다.
바닷물에 수영하고 저수지에서 헹구면 끝이었다.ㅋㅋㅋ
가을이면 놀로리 익어가는 벼들과 마당에는 아부지가 잡아다 던져놓은 삼치와 갈치들...
싱싱한 생선으로 국을 끓이면 얼마나 맛있게요~~ㅎㅎㅎ
울 엄마는 삼치 넣은 미역국, 갈치 넣은 무우국을 참 맛나게 끓이셧다.
늦가을 들판에는 고구마 줄기가 사방에 쌓여있엇다.
그럼 나는 아직 매달려 있는 애기 고구마들을 먹지도 않으면서 부지런히 주워 담았다.
그냥 재미있었다.
도시에 나와서 고구마 줄기를 먹는 걸 보고 깜짝 놀랬다.
하긴 섬나라에서는 개울가에 천지로 널린 미나리도 안 먹었으니, 톳이며 김이며 해산물을 먹느라 몸에 좋은 미나리는 찬밥이었을까...
울 엄마는 겨울이 오기 전에 고구마를 잔뜩 사서 다락에 재어 놓으신다.
우리집은 농사를 짓지 않았다.
해녀인 엄마 덕에 어린날들이 참 편했다.
농사일이 없는 대신 엄마가 벗어놓은 해녀복을 깨끗이 헹궈서 담벼락에 걸쳐놓는 일은 내 몫이었다...
한겨울 내내 고구마를 생으로 깍아먹고 삶아먹고 구워먹고 하다보면 다락이 비어갈 때 쯤 봄이 온다.
그 당시에 물 고구마를 너무 많이 먹어서 지금은 밤 고구마만 먹는 개굴줌마.ㅎㅎㅎ
겨울이면 돌 담벼락에는 미역들이 매달려 몸을 말리고, 김을 만들어 말리던 볕집으로 만든 커다랗고 긴 벽에는 빼곡하게 검은색 김들이 해풍을 맞으며 맛나는 김으로 변신중이었다.
바람에 떨어져 나부끼는 김은 내 입으로 들어간다...
"이 맛이야~~"
미역공장에서 야간에 3일인가를 어설프게 일을 하고 4.500원 정도 벌었던 기억이 있다.
군것질로 다 썻다.ㅋㅋㅋ
갓 잡은 멸치는 뜨거운 물에 데쳐 바위 위에 널어서 말린다.
가끔 지나가다 주워먹는다.
지금도 생선 비린내의 그 특유한 꼬릿꼬릿한 냄새를 좋아하는 걸 보면 역시 바닷가 태생답다.
한참동안은 바닷가 백사장에 불을 피우고 마늘을 구워먹는게 왜그리 맛나던지.
그 덕에 동네 어르신들이 애써서 모아두신 겨울용 땔감에 불이 붙어 야밤에 동네가 난리가 났드랬다.
홀라당하고 그 많던 나무가 다 타버렸다.
그뒤로 구운 마늘은 빠이빠이~~진짜 맛있었는데...
그 맛은 참 잊을수가 없구나!
물어다주는 먹이를 날름 받아먹던 자식들은 푸른 바닷가 섬 둥지를 떠나 각자의 인생을 살고...늙으신 울 엄니만 섬마을에 남아 삶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다.
가까우면 자주 가고 싶은데 너어무 멀구나...
한줄요약-어릴 적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는데 돌아보니, 그 곳이 나의 행복 둥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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