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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다육이

서빙녀의 빨간 포차 이야기🍺

by 개굴줌마 2022.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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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일했던 빨간 포장마차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시흥시 정왕동에 살 때의 이야기다.
내나이 30대 중반쯤 교차로 신문에 동그라미를 열심히 새겨가며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다.


옵튜사금-반그늘에서도 키울 수 있는 다육이


그 중 한 곳이 월급이 겁나게 세다~~와우!!
밤에 일하는 야간 일이긴 하지만 상관없다.
"까짓 것 낮에 자면 되지~~모~~"

전화해서 대충 위치를 물어보고 찿아갔다.
왠걸 아무리 찿아도 간판이 없다.
"오데로 갔나 오데로 갔나 오델가..."
한참을 헤메다 포기하고 전화를 했다.
"아무리 찿아도 간판이 안보이는 데요. "
사장님 왈 간판이 없단다.
굴다리 밑에 빨간색 포장마차 찿아서 오면 됀다는 것이다.
'띠용~~뭐다냐..."
진짜 빨간색 비닐을 휘감은 포장마차였다...ㅎ


레티지아-다육맘이라면 꼭 키워보는 국민 다육이


면접은 형식일 뿐 다음 날 부터 출근 시작.
그때 한 달 월급이 평균 145만원 정도였던 거 같은데(기억이 가물가물~)180만원을 준다니, 상상했던 가게 모습은 아니었지만 해보기로 했다...
'나는야 씩씩한 개굴줌마~'

포장마차 메뉴가 보통 그러하듯.
삼겹살,두루치기,닭똥집 닭발,수산물,회,파전,찌개,계란말이, 라면,우동 잔치국수,서비스 음식까지 손님이 원하면 메뉴가 된다. 많다 많어...


아메치스-동글동글 미인 다육이, 화분이 너무 이쁘다


열심히 배우던 나에게 사장님이 눈썰미 좋다고 칭찬 날리신다.
식당 차리면 대박 나겠단다...
"감사합니다~~사장님~~"
결국 내 식당은 아직까지 못 가져봤고, 대박도 못 쳤다는
슬픈 이야기...

술고래 사장님이랑 나랑 둘이서 일했는데, 정 바쁠때는 사모님이 나와서 일손을 거들었다.
전에 큰 식당을 운영하셧다는 사장님.
이쁘장한 사모님에 일탈, 바람이라고 하지...
가게 접고 방황하시다가 포장마차와 경마장 주차장 일을 겸하고 있었다.
스크린 경마장이 굴다리 바로 옆이고 그 굴다리 아래 주차장에 포장마차를 차린 거였다.


살구미인금,레드베리,블루엘프-화분이 더 화려하구나


아직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지, 손님이 많치 않은 날이면 술 만땅 먹고 꽐라돼서 트럭에 가서 주무셨다.
그럼 나는 새볔 5시에 맞쳐 설거지와 뒷마무리를 하고 장부 마감 정리를 했다. 그리고 사장님을 깨워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드랬지...
상수도 시설이 없어서, 물 한 탱크에 2만원을 주고 사서 쓰던 가게, 30분이면 끝날 설겆이도 한시간이 걸렸다
또 하나 놀라운 건 테이블을 끝도 없이 놓을 수가 있었다...헐이다.
넓은 주차장 덕분에 테이블을 펼치면 그곳이 홀이였다...
"이게 아닌데...히이"

쉽게 그만 두지 못했던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포장마차에 카드기가 없어 현금만 받을때라 부수입이 너무 짭짤한거였다.
남은 잔돈도 내꺼 되기 일쑤고 만원씩 건네는 팁이 와우~~
월급 안 쓰고 팁만 써도 풍족하였다...


천사의 눈물-사장님의 눈물


밤장사는 낮장사와 참 많이 달랐다...
특히 경마장 옆이라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별별 사연들을 다 만났다.

경마에 빠져 있는 재산 다 털리고 그래도 미련이 남아 근처를 맴도는 뱅뱅이삼촌들.
밥 먹을 돈도 없어서 사장님께 사정하고는 문어 한마리에 소주 키야~~맛나게 뜯고 다시 오지 않았던 외상남.
올때마다 친절하다며 만원씩 꼭 쥐어 주시던 게임장 여사장님.
한때 잘나갔던 마음만 좋은 옛날 부자와 의리녀 룸싸롱 마담언니.
큰 등치를 자랑하던 정왕동 조폭남들.
"형님 식사하셧습니까?...형님"
하고 고참에게 90도 인사를 한다.
꼭 앞 뒤로 형님자가 붙는다.
나에게 평강공주라는 별명도 만들어 주었다.
'그럼 바보 온달은 누구~~?잘생긴 우리 남편이지~~' 뻥이다...
그리고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40초반의 짠한 언니.
남편 합의하에 노래방 도우미를 하며 생활비를 벌던 그녀.
다른 선택도 있었을텐데...

한창 젊은 20대의 꽃다운 아가씨
내가 일하는 걸 보더니
"이모 얼마 벌어요?...힘들지요"
물어보며 만원을 건넨다.
눈빛은 '힘든일 그만하고 도우미 하세요'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러고 보니 팁 준 사람만 기억하는 나...이러면 앙대는데...'
자본주의에 물들었나보다.


파이어필라-강렬한 레드빛 에케베리아속 다육이


출근전부터 갈 곳 없는 삼촌들이 모여있는 곳 포장마차...
청소를 해야 하는데, 허구헌날 나보다 먼저 출근해서 자리 지키고 앉아 있는 그 분들을 보노라면 나쁘다는걸 알면서도 짜증이 났다...

경마로 돈 다 날리고도 어쩌다 돈 따는 날이면 피자도 시켜주고 용돈도 주는 마음씨 좋은 삼촌들인데...
경마로 잃어서 돈이 없고, 어쩌다 따는 날이면 한 턱 쏘느라 돈이 없다.
'집에는 언제들 가실라우...'

역시나 맘만 좋아서는 세상 살기가 힘들구나.
식당일을 하다보면 있는 부자가 더 짜다는 걸 자주 느낀다.
그래서 잘 사는 거일수도...
부자들은 푼돈은 아끼고 큰돈은 아끼지 않는다 한다.
작은 돈을 소중히 여겨야 부자가 돼나부다.
"아는데도 나는 왜 안대냐고..."


휴밀리스-지친 나그네들이 쉬어가는 곳 포차


맘만 좋아서는 부자는 힘들고 잘 사는 사람은 됄 수 있겠구나..
부자란 돈이 많은 사람이고.
잘 사는 사람이란 인생을 잘 사는 걸 의미한단다.
나는 잘 사는 사람이 돼어야겠다.
부자면서 잘 사는 사람...ㅋㅋㅋ꿈도 크다.

우야둥둥 난, 인색한 졸부는 싫다.
공수레 공수거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고, 그것이 세상 사는 재미가 아닐런지...

다육이 키핑장에는 맘 고우신 언니들이 참 많다.
나도 항상 먹을 거리와 커피를 챙겨 가서 나눠 먹는다...
내가 가져가는 커피가 맛있다고
다들 좋아라 한다.
옆 다이 언니가 커피 값이라면서 예쁜 다육이를 선물로 줬다...
'오와~넘치는 다육이 욕심~~'

맨날 받기만 하던 나는 언니에게 미안해서 최근에 구입한 먼로군생 을 선물했다.
먼로를 받고 좋아하는 언니~~
없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챙겨준다는 것이 기쁘고 행복해서일테지...
나도 기분이가 좋타~~헤헤^^

먼로-마릴린 먼로님 처럼 섹시하구나


힘들었던 시절과 함께 내 마음 구석에 자리 잡은 빨간포차.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는...
"잘가아~~내 추억에 빨간포차야~~~"



한줄요약-잘 사는 사람이 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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