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행 '주 최대 52시간제'로 대표되는 근로시간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여 바쁠 때는 최대 69시간제로 일하고, 장기휴가등을 이용하여 푹 쉬게 한다는 방침인데요. 하지만 주 69시간제에 개편안에 대한 근로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주 69시간제란?
기획재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하였는데요. 70년간 유지되어 온 '1주 단위'근로시간 제도가 불합리하다며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전체 근로시간을 관리하게 되면 주 단위 근로시간이 달라지고, 일이 몰리는 주에는 근로시간이 많아지고, 반대로 일이 적은 주에는 줄어든다는 식인데요. 이렇게 하면 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해지게 됩니다.
정부는 바쁠 때 열심히 일하면,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 휴가에 더해 안식월 개념처럼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과연 사측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운영해 버리면 근로자에게 무슨 득이 될지 의문스럽습니다. 기업주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제도이지만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회사 눈치 보느라 연차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에 장기휴가라고? 빛좋은 개살구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현행 주 52시간 근로는 법정 근무 40시간에 연장 근무 12시간을 더한 값인데요. 포괄임금제 계약으로 연장근무시간까지 포함되어 월급으로 미리 책정이 되고, 근로자는 주 12시간 안에서 연장근무를 하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주 12시간으로 한정된 연장근로 시간을 월 52시간, 분기140시간, 반기 250시간, 연 440시간 범위 안에서 탄력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인데요. 기업이 바쁜 시기에는 주 69시간을 초과하는 집중근로를 허용하되 일정기간 내에서 총량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노동계는 연장근로를 확대하게 된다면 근로자의 건강보호를 위해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권고하였는데요. 이는 근로자가 퇴근한 후 다시 출근하게 될대까지 11시간의 휴식시간을 의무적으로 줘야 한다는 것이지만 기업들은 이마저도 달가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가 바쁠때는 13시간을 일하고 11시간을 쉬라는 것인데요.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의 휴게시간이 보장되므로 13시간에서 1시간 30분을 빼면 남는 근무시간은 11.5시간입니다. 11.5시간 X6일=은 69시간이라는 계산이 나오는 것인데요. 실질적으로 계산해 보면 13시간 X6일=78시간으로 출퇴근 시간을 빼면 집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시간이 되지 않습니다.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팔자가 편한 양반이니 이런 탁상행정이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12시간 회사에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든일인데 13시간을 있으라니, 그것도 회사가 요구하면 꼼짝없이 근로자는 "네"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 말입니다.
선택적 근로제
정부는 개편안에 휴게시간 선택권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현재 근로기준법에 딸라 4시간 일한 뒤 30분, 8시간 일한 뒤 1시간 이상 쉬어야 하는데요. 이 규정에 따라 일부사업장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일한 뒤 바로 퇴근하고 싶어도 30분 휴식을 취한 후 오후 1시 30분에 퇴근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것을 고쳐 1일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30분 휴게면제를 신청해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였습니다.
또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한다고 밝혔는데요. 모든 업종의 정산기간을 3개월,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6개월로 늘린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유연근무제의 하나인 선택 근로제는 근로기준법 제52조에 자세하게 규정이 되어 있는데요. 1개월의 정산 기간 내 1주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근로자대표제도도 정비한다고 하는데요. 근로시간 등 주요 근로조건을 결정하려면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합의를 해야 합니다.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선출 절차에 따르면 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조가 있으면 과반수 노조가 근로자의 대표를 맡고, 과반수 노조가 없으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대표를 맡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도 없다면 직접 무기명 투표로 근로자 대표를 선출합니다.
포괄임금제란?
포괄임금제란 노사간의 당사자간 약정으로 연장, 야간, 휴일근로등을 미리 정한 후에 매월 일정액의 제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근로의 형태나 업무 성질상 추가 근무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울 상황에,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여 책정하는 계약 형태입니다.
포괄임금제의 반대가 시급제인데요. 근무시간에 따라 일한 만큼 임금을 받는 것이지요.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종에서는 성과여부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포괄임금제가 좋고, 몸을 써서 일하는 노동현장에서는 시급제가 훨씬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사무직 또는 생산직 근로자에게 추가 근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포괄임금제를 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월급에 포함된 연장근무 외에는 더 일을 해도 추가 수당을 주지 않는 기업들이 굉장히 많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포괄임금제로 계약을 해도 지금까지 연장근무는 주 12시간이었지만 개편안이 국회를 통화하면 주 29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에 대부분의 근로자는 "일만 하다 죽으란 말이냐?"라는 반응이 대부분인데요. 유치원생 자녀를 둔 주부는"매일 자정까지 한 달 가까이 일하면서 아이를 방치한 다음 장기 휴가를 가는게 무슨 의미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저출산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관료들만 모르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찬성의견도 있는데요. 한 직장인은 "평소 주 52시간 넘게 일해도 현행 제도에서는 보상을 제대로 못 받았다. 공짜 야근의 주범인 포괄임금제에 대해선 엄격한 감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 정권에서 노조를 탄압하고 있는 가운데 노사 간의 협의가 잘 이뤄질지 근로자의 권리가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입니다.
주 69시간제는 4월17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정부 개편안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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